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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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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삶의 꽃자리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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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나자렛 주님 탄생 예고 성당 지하 제단>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전에는 성모님의 관점에서 성모님께서 에수님 잉태 소식을 천사로부터 들었다는 의미로 성모 영보 대축일로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예수님의 관점에서 말 그대로 주님의 탄생 예고를 기념하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불리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동네에서 살고 있는 마리아에게 하느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십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이미 약혼한 상태였고, 아주 이름이 나 있는 인물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이름을 가진 평범한 처녀였습니다. 남들처럼 물을 긷고 빨래를 하고 밥을 하고 가사를 돕는 지극히 평범한 순박한 처녀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하느님께서 알리시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그러자, 마리아는 몹시 당황해서 이 인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곰곰이 생각을 하는데, 천사가 다시 다짜고짜로, 참으로 밑도 끝도 없이 말씀을 이어갑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그야말로 단순한 소식이나 안부가 아니라 커다란 충격이고 어떻게 보면 하느님의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씀인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이 말은 참으로 엄청난 말이었습니다.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보다도 훨씬 더 크신 분이, 그저 일개 창조물에 지나지 않고, 우주에서 볼 때 지구의 한 점도 차지하지 못하는 마리아의 태중으로 들어오신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요?

가브리엘 천사의 이 엄청난 말씀에, 성모님께서는 신앙으로 대답하십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마리아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지만,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의 권능을 믿었기에 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마리아는 구원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몫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아들이 이제 마리아의 몸을 통해 사람이 되신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 것, 그리고 마리아가 기꺼이 받아들인 것, 이것이 바로 오늘 대축일의 의미입니다. 또한 엄청난 통보를 받고 취한 마리아의 응답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 줍니다.

그리스도인은 성모님의 이러한 응답을 신앙의 모범으로 알고, 본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성모님에 대해 올바른 신앙을 갖지 못한 이들은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성모님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가톨릭 신자들이 마리아를신격화하고 있다고 쉽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 희한한 일입니다. 그들은 신격화라는 말로 비난하는 데 비해서, 정작 가톨릭 신자들은 성모님을 주님의 참된 종으로 알아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신격화와 종!’, 한 분 마리아를 두고 이 얼마나 상반된 생각인가요?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모님을 사랑하고, 공경하고, 그분을 따르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참된 종이라는 데에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가톨릭의 정신, 다르게 표현해서 마리아의 참된 영광은 그녀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자신에게 영광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를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어떤 모양으로도 하느님의 뜻과 사랑에 거역하지 않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마리아의 가장 큰 영광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모님은 다른 어떤 성인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하느님께 받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교회는 역사 안에서 성모님을 신앙의 모범으로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당신을 받아들인 마리아를 통해서만 당신의 뜻을 완전하게 성취하실 수 있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자기 자신을 텅 비워 놓으심으로서, 온전히 하느님으로만 가득히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분이셨던 것입니다.

성모님의 이러한 모범을 우리는 우리 생활 안에서 따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 일터 안에서, 일상생활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현세적 안녕이 깨어질 수 있는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는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나를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하느님 중심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7-03-2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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