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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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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1. 삶의 꽃자리


연중 제 32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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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한라산 1100고지에서 바라 본 상고대>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루카 21. 31)

사람은 자신이 마음먹은 만큼 오래 살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오래 사는 것, 또는 영원한 것을 생각하며 혹시라도 내가 그 영예로운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음의 움직임과는 달리 그것은 막연한 것으로 머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과 현실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우리 신앙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입니다.

전례 상으로 보면 한해를 끝마치기 바로 전날입니다우리가 듣는 독서에는 하느님의 선언에 따라 그분이 준비하시는 축복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하겠는지 그 조건을 적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알려주신 진리에 충실하는 것이며 악한 일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 그 조건입니다. 그리고 복음에는 전파자들을 통해서 선포된 이야기들이 사실 그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예수님의 선언이 반복됩니다. 구체적인 모습,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한 때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일들을 미루어 짐작컨대 그 일은 확실하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부러워합니다. 그 세계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사람이 하는 상상의 나래를 접게 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독서에 나오는 생명의 책에 이름이 적히는 일도 그렇고 예수님의 선언도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에서는 현실의 삶이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도록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말하고 천국을 이야기합니다만,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앙인의 잘못된 행동에 실망한 사람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분은 세상 끝 날의 모습이 어떠할 거라고 생각하는가요? 제가 질문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의미 없는 것이입니다. 우리는 세상 끝을 걱정하고 살 필요도 없고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세상 끝 날은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아도 찾아오는 일이고, 그 안에서 이루어질 일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의 수준을 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불확실한 그 모습에 영향을 받아 우리의 삶이 위축되는 것보다는 지금 현실에서 내가 어떤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하는지 그것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현실의 삶이 올바르지 않으면서 미래의 삶에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세상은 변합니다. 얼었던 것은 녹고 죽었던 것들은 살아납니다. 그러나 새로이 태어나는 것들만 보면서 지난 여름 그렇게도 더웠던 날들은 또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마찬가지로 다가올 봄도 생각하지 못하고 겨울을 지냅니다. 알고는 있지만 잊어버리며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꼭 어떤 계시가 없더라도 하느님 나라는 분명히 오고야 말 것이고 우리는 매일 그 준비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이 그 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두고 왜 우리는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런 분명한 사실에는 눈을 돌릴 틈도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불확실한 것에만 눈을 돌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들을 모르고 오늘도 지나갑니다. 내 눈에 그런 분명한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끼어 있나 봅니다. 내 머리에는 그런 것에는 관심 갖지 말라고 말하는 무언가가 들어 있나 봅니다.

혼란한 세상일수록 요한의 묵시록이 더 많이 읽혀집니다. 그리고 혼란한 세상에서 자기만을 위한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묵시록을 제 마음대로 해석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대하면서 순전히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어긋나게 하는 일이 될 것이고 결국에는 우리 생각을 주장하는 일 때문에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때,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생각은 미래를 향한 꿈을 갖기는 하되, 현실에서 성실하게 사는 일이다. 오늘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는 어떤 것이겠는가? 묵상해 봅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6-11-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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