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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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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1. 삶의 꽃자리


연중 제 3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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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의 일출 광경>        

"그들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루카 20, 38)    

부활에 관한 사두가이 사람들의 예수님께 대한 도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먼저 본당에 있을 때, 안타깝게도 40세가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한 형제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느꼈던 안타까움은 그분의 생명이 눈에 뜨이게 시시각각으로 사위어지는 것을 확인해야만 하는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암세포의 전이로 인한 고통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자세는 참으로 의연했습니다. 그분은 묵주와 성경이 언제나 머리맡에 있어야만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임종에 가까워지면서 그분이 특별히 가까이 했던 성경구절이 있었는데, 시편 23장이었습니다. 자주 암송했기에 나중에는 성경을 펴지 않고서도 다 외울 정도였습니다. 언젠가 드디어 시편 23장을 다 외웠다고 자랑하시던 모습, 그리고 보란듯이 제 앞에서 시편 23장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외우시던 모습은 차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

먼저 떠나보내기가 너무도 안타까워 몸부림치는 가족들을 오히려 조용히 위로하고 격려하던 그분의 모습은 제게 참으로 큰 감동이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오래가지 않아 극심한 고통으로 지친 몸을 조용히 내려놓고, 더 이상 고통이 없는 곳을 향해 떠나가셨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고통 가운데서도 평온했던 그분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참된 부활신앙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게 특별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분이 이 세상을 떠나신 지, 일 년, 이 년이 지나고 벌써 십 년이 거의 다 되어가지만, 그분의 고통가운데서도 평화로웠던 얼굴, 가족들을 위로했던 그분의 따뜻한 음성, 편안하고 소탈했던 그분의 분위기는 제게서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부활신앙을 믿지 않는 사두가이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그래! 어쩌면 부활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 누군가가 이미 이 세상을 떠나가고 없지만, 그가 이 세상에 남긴 삶의 향기가 다른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부활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우리가 일상생활 안에서 이웃을 위해 크게 한번 희생할 때, 참기 힘든 상황 앞에서 크게 한번 인내할 때, 한번 선행을 베풀 때, 한번 양보할 때,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마음 안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각인되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안에 부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부활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매일 이 세상에서 죽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잠시 지나갈 이 세상에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은 언젠가 썩어 없어질 나약한 육신의 안위를 위해 모든 것을 걸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이 세상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 그분께만 희망을 두고 살아갑니다.

부활의 참된 의미는 결코 예쁜 계란 바구니를 주고받는다든지 알렐루야를 크게 외치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각자 안에 부활하시기 위해서 몸소 고통을 겪으시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한 번 더 용서하고, 한 번 더 희생하고, 조금만 더 인내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무상으로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인 "작은 부활"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매일 아침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이 되어 이웃에게 용기 있게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는 그 순간 우리는 참으로 부활을 사는 것이 아닐까? 오늘 생각해 봅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6-11-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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