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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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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꽃자리
  1. 삶의 꽃자리


연중 제 28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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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희의 신비 4단 : 마리아 예수님을 성전에서 드리심.(프랑스 루르드 대성당에서)>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 41)

복음의 장소설정은 바리사이 사람의 집이며 식사 초대가 그 배경입니다.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바리사이 사람의 집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복음 전체에서 볼 때 바리사이 사람들과 예수님의 관계는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니고 거의 적대적인 관계였습니다. 바리사이 사람들은 사사건건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을 물고 늘어져서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트집을 잡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 또한 그들의 터무니없는 트집을 그냥 방치하지 않고 그것들을 매개로 참된 가르침을 제시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러한 바리사이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는 것은 한 마디로 예수님께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저녁 초대를 한 바리사이 사람의 집에 들어가 앉으시고 바로 식사를 시작하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트리지 않고 보고 있던 바리사이 사람은 깜짝 놀랐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예수님께서 손 씻는 정결 의식을 치르지 않고 바로 식사를 시작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갈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바리사이 사람은 예수님의 행동에 못마땅해 합니다.

당시 율법에 따르면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복잡한 규정대로 씻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율법을 목숨처럼 여기고 있는 바리사이 사람이 깜짝 놀라고 못마땅해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왜 당신은 조상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부정한 손으로 음식을 먹느냐?”는 것입니다. 유대교의 형식주의와 이것에 대한 허점을 보충하고 완성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내용주의가 식사현장에서 정결의식을 매개로 하여 서로 부딪힌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바리사이 사람의 식사초대를 받아 그의 집으로 들어갈 때부터 예상되던 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속보다는 겉, 즉 내용보다는 형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바리사이 사람들을 야단치십니다.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다 깨끗해질 것이다.”라고 질책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폐기하고자 하신 것이 아니라 그 참된 의미를 깨우쳐서 완성하고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례나 의식을 아무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손이 더러울 때 손을 씻어야 하는 것이지, 손이 깨끗한데도 손을 씻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깨끗해야 하는 것은 손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은 착취와 사악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어 봤자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겉보다는 속이고, 형식보다는 내용입니다. 알맹이가 비어있는 껍데기는 아무것도 아니고 소리만 요란할 뿐입니다. 마음이 없는 형식적인 예식이나 의식은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속이 비어 있거나 깨끗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형식이나 겉꾸밈에 더욱 신경 쓰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하면서 혹시 껍데기뿐인 신앙생활, 기계적인 기도생활, 형식적인 전례 참례 등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용과 형식은 둘 다 중요한 것이지만 참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는 외적인 관습이나 형식이 아닙니다. 속이 가득 차서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신앙이 참된 신앙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내용과 형식을 다 잘 갖춘 신앙생활을 원하시고 그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겉만 보시는 분이 아니라 속까지 꿰뚫어 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면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Writer : 송병선 신부   Date. 2016-10-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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